AI가 예술 영역에 들어올 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차트에 오른 뒤, 우리가 묻게 된 것들
1. 차트에서 만난, 사람이 부르지 않은 노래
인기 차트에서 처음 보는 이름을 발견합니다. 머무르(MEOMURU)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제목부터 잠깐 멈추게 하는 노래입니다. 어릴 때 상상했던 어른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놓인 거리를 묻습니다. 이 곡을 소개하는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 멈추게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2026년 6월 23일 발매된 이 곡의 앨범 소개에는 보컬을 Suno AI로 생성했고, 기획·작사·전체 프로듀싱 디렉션은 머무르가 직접 맡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기획과 가사에 AI 보컬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 정보만으로 멜로디와 편곡의 세부 제작 과정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이 곡이 10월 2일 오전 8시 기준 멜론 TOP100에서 18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적어도 그 시점에는 AI 보컬을 사용한 노래가 국내 주요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서 다른 가수들의 곡과 함께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AI 음악을 둘러싼 질문이 한 단계 구체적으로 바뀌었다고 느낍니다. 누군가는 이미 이 노래를 자신의 하루에 들여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MEOMURU 공식 유튜브 영상 · 지니뮤직 ·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소개 · 연합뉴스 · 수노 활용곡 멜론 18위 보도
발매일·제작 참여 범위는 앨범 소개, 순위는 2026년 10월 2일 보도 기준입니다.
2. 익숙한 목소리를 빌리는 일에서, 자기 이름의 노래로
AI 커버를 볼 때는 ‘그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라는 가정에 관심이 갑니다. 이미 좋아하는 목소리와 알고 있는 노래를 낯설게 조합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머무르의 곡은 공개된 앨범 소개에서 자신의 기획과 가사를 앞세웁니다. 이 경우 우리가 살펴볼 것은 어떤 유명 가수를 닮았는지보다, 그 이름으로 내놓은 노래가 무엇을 전하는지에 가깝습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제목은 기술 설명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대했던 삶에 도착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은 청자가 자신의 경험을 넣어 들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AI라는 제작 도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노래가 다가갈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실제 청취자들이 어떤 이유로 곡을 선택했는지는 차트 순위만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곡의 인기를 곧바로 ‘대중이 AI 예술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제작 방식을 알고 들은 사람과 모르고 들은 사람, 호기심으로 재생한 사람과 반복해서 듣는 사람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 AI 활용곡이 주요 차트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살펴볼 만합니다. 제작 방식을 설명하기 전에, 한 편의 노래로 청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목소리로 듣는 재미에서, 자기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내놓는 일로. · AI 생성 일러스트
출처: 지니뮤직 ·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소개 · 연합뉴스 · 수노 활용곡 멜론 18위 보도
곡의 소개와 차트 진입은 확인된 사실입니다. AI 커버와의 비교 및 청취 동기에 관한 설명은 필자의 해석이며, 별도 청취자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3. 감동한 뒤에 제작 방식을 알게 된다면
여기서 AI가 예술 영역에 들어올 때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먼저 노래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는데, 나중에 AI 보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조금 전의 감정은 그대로일까요. 같은 소리를 다시 들으면서도 감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사가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짚었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말을 부르는 사람이 실제로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에서 오랜 연습이나 무대의 기억을 함께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작품의 소리뿐 아니라 작품을 만든 사람에 관한 정보도 감상합니다.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위로받을 수 있고, 그 사실 때문에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두 반응 모두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제작 과정에 관한 질문을 접어둘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AI를 사용했다는 정보가 청자가 실제로 느낀 감정까지 지워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두 판단을 함께 남겨두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가 내게 좋았는지, 그리고 이 노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앞으로의 감상에서는 두 질문을 나란히 묻게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을 듣는 경험과 제작 과정을 아는 경험은 서로 영향을 줍니다. · AI 생성 일러스트
출처: 지니뮤직 ·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소개
AI 보컬 사용 여부는 앨범 소개를 따릅니다. 감상 장면과 반응의 구분은 논의를 위한 가정 및 필자의 견해입니다.
4. 창작자를 설명하는 말도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제작자의 역할을 설명할 때도 ‘AI를 썼다’는 한마디로는 부족합니다. 가사를 직접 쓰고 소리를 생성하는 경우, 생성된 가사를 고쳐 쓰는 경우, 여러 결과를 비교하고 편집하는 경우에는 사람이 맡은 일이 다릅니다. 같은 도구를 사용했어도 작품에 관여하는 방식은 달라집니다.
머무르가 기획·작사·프로듀싱 디렉션을 직접 했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적어도 무엇을 사람이 맡았다고 설명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소개만으로 제작에 든 시간이나 수정 횟수, 각 단계의 기여도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작품을 좋아하는 판단과 창작 과정의 공을 나누는 판단에는 서로 다른 정보가 필요합니다.
창작자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선택했는지 설명하고, 청자는 그 설명을 바탕으로 작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생성과 편집의 경계가 복잡해질수록 이런 구체적인 설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개입을 길게 나열하는 것이 곧 작품의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엇을 두고 평가하는지 분명하게 해줍니다.
AI를 사용한 그림을 전시하거나 영상을 공개할 때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주제를 정했는지, 어떤 부분을 생성했는지, 무엇을 고쳤는지. 이 글의 본문 삽화 여섯 장도 AI로 생성했습니다. 노래의 공식 썸네일과 구분해 표시한 이유입니다.

생성·선택·수정 가운데 사람이 맡은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 AI 생성 일러스트
출처: 지니뮤직 ·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소개
머무르의 공개된 제작 참여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창작 과정의 공개에 관한 제안은 필자의 의견입니다.
5. 작품이 많아질수록, 무엇을 만날지가 중요해집니다
AI 음악의 차트 진입은 해외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024년에는 Butterbro의 「Verknallt in einen Talahon」이 독일 공식 싱글 차트 48위에 올랐습니다. 2025년에는 Xania Monet의 「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 Adult R&B Airplay 30위에 진입했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와 집계 방식의 기록이지만, AI를 활용한 작품이 기존 음악 유통망 안에서 청자를 만난 사례들입니다.

Butterbro의 싱글과 Xania Monet의 수록 앨범 커버를 참고해 그린 해외 차트 사례. 국가와 집계 기준이 다른 기록입니다. · AI 생성 일러스트
도판 출처: Guinness World Records · AI 생성곡의 국가 차트 진입 · Billboard Canada · Xania Monet 차트 기록 · Spotify · Butterbro 싱글 커버 · Apple Music · Xania Monet의 Unfolded 앨범
그렇다고 생성되는 음악 전체가 비슷한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Deezer는 2026년 4월 자사에 새로 올라오는 음악의 44%가 완전 AI 생성곡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해당 음악이 차지하는 스트리밍 비중은 1~3%라고 밝혔습니다. 업로드 비중과 청취 비중은 분모가 다릅니다. 또 AI 음악을 추천에서 제외하는 Deezer의 운영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수치를 음악 시장 전체의 취향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곡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그 곡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이 늘어나도 하루에 음악을 듣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어떤 곡을 추천받는지, 누구의 소개를 믿는지, 다음 곡을 찾아볼 이유가 있는지가 작품의 만남에 영향을 줍니다.
예술에 들어온 AI는 제작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동시에, 청자의 선택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만들어진 작품 가운데 오래 남는 작품을 고르는 일에는 여전히 취향과 설명, 신뢰가 필요합니다.

만들 수 있는 곡이 늘어날수록, 내게 맞는 한 곡을 만나는 경로도 중요해집니다. · AI 생성 일러스트
출처: Guinness World Records · AI 생성곡의 국가 차트 진입 · Billboard Canada · Xania Monet 차트 기록 · Deezer · AI 생성곡 업로드와 스트리밍 자체 집계 · Spotify · Butterbro 싱글 커버 · Apple Music · Xania Monet의 Unfolded 앨범
독일 싱글 차트와 미국 라디오 장르 차트는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Deezer 수치는 해당 플랫폼의 자체 집계이며, 44%는 신규 업로드, 1~3%는 스트리밍 비중입니다.
6. 다음 노래도 기다리게 될까요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를 두고 제가 더 궁금한 것은 다음 노래입니다. 처음에는 AI 보컬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그 관심이 지나간 뒤에도 같은 이름의 새 곡을 찾아 듣게 될까요. 이전 곡에서 좋아했던 표현이나 정서를 다음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까요.
한 곡의 차트 진입으로 그 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반복해서 듣는 사람이 생기고,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그 이름이 보여주는 선택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제작 도구를 알게 된 뒤에도 이어지는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어떤 말로 설명할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AI를 사용한 작품을 볼 때 그 이름으로 무엇을 계속 내놓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한 번의 결과를 고르는 감각, 다음 작품에서 바꾸는 부분, 자신의 제작 방식을 설명하는 태도까지 보고 싶습니다. AI가 예술 영역에 들어온 지금, 제가 기다리는 것은 한 곡을 듣고 나서 다음 곡을 찾아보게 되는 경험입니다.

한 곡을 좋아한 마음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려 합니다. · AI 생성 일러스트
출처: MEOMURU 공식 유튜브 영상 · 지니뮤직 ·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소개
곡과 아티스트 소개를 출발점으로 쓴 필자의 전망입니다. 후속 작품의 성과나 팬덤 형성을 확인한 주장은 아닙니다.
출처 및 참고
원본 영상 링크와 썸네일 출처. 썸네일을 수정하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2026.06.23 발매. Suno 보컬과 머무르의 기획·작사·프로듀싱 디렉션 설명.
2026.10.02 보도. 같은 날 오전 8시 기준 TOP100 18위 기록.
Guinness World Records · AI 생성곡의 국가 차트 진입
Butterbro, 2024년 8월 독일 공식 싱글 차트 48위.
Billboard Canada · Xania Monet 차트 기록
2025년 11월 Adult R&B Airplay 30위. Hot100 기록과 구분.
Deezer · AI 생성곡 업로드와 스트리밍 자체 집계
2026.04.20 발표. 신규 업로드 44%, 스트리밍 1~3%. 플랫폼 정책과 서로 다른 분모에 유의.
Verknallt in einen Talahon의 공식 싱글 커버. 본문의 비교 일러스트 제작에 참고했습니다.
Apple Music · Xania Monet의 Unfolded 앨범
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수록된 Unfolded의 앨범 커버와 수록 정보. 비교 일러스트 제작에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