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시루 경제학: FOMO가 ‘축제’가 될 때, AI 시대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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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은행동의 겨울은 조금 특별합니다.
날씨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이 특별해서요. 케이크 하나를 사기 위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줄을 서고, 길게 늘어진 줄 끝에서 “오늘은 될까?”를 계산하는 얼굴들. 뉴스에는 200m가 넘는 대기 줄과 몇 시간씩 이어지는 기다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줄의 끝에는 성심당 ‘딸기시루’가 있습니다. 2.3kg에 4만9000원.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 시간과 노력이면 호텔 케이크를 먹겠다.

논리적으로는 맞아요. 그런데 그 말이 현실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지금 사는 건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를 얻기까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딸기시루가 팔아버린 건 ‘맛’이 아니라 ‘승리’였다

딸기시루를 “가성비 케이크”라고 부르는 순간, 핵심을 놓칩니다. 가격표만 보면 4만9000원이지만, 실제 결제는 그보다 훨씬 크죠. 시간과 체력, 추위, 동선 정보, 그리고 “품절이면 허탕”이라는 리스크까지.

이게 묘하게 재미있습니다. 돈이 많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시간이 있고, 버틸 체력이 있고,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케이크를 들고 나오는 순간 “샀다”가 아니라 “해냈다”라고 느낍니다.

저도 성심당 케잌 미션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딸기시루는 먹는 순간보다 들고 나오는 순간 더 강력한 상품이 됩니다. 집에 도착해서 상자를 열기 전부터 이미 콘텐츠가 되죠. 사진이 올라오고, 댓글이 달리고, “몇 시에 갔어?”라는 질문이 쌓입니다. 이때 그 케이크는 디저트가 아니라 트로피입니다.

트로피가 생기면 늘 시장이 따라붙습니다. 실제로 딸기시루는 중고 플랫폼에 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올라왔고, 성심당은 구매대행이나 제3자 판매를 금지한다는 안내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분명해집니다. 딸기시루는 “줄 서서 사는 케이크”가 아니라, “줄 서는 경험까지 포함해 완성되는 상품”입니다.


불안(FOMO)은 어떻게 ‘축제’로 변하나

FOMO(Fear Of Missing Out) : 자신만 유행이나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

처음엔 불안이었을 겁니다. 나만 못 먹을까 봐, 이번 시즌 놓치면 후회할까 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픈런은 불안을 넘어서 놀이가 됩니다. 공략이 생기고, 팁이 공유되고,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이야기가 돼요. 딸기시루 줄은 단순한 대기가 아니라 ‘현장 공동체’가 됩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으니, 묘하게 동료 같은 감각이 생기거든요.

이 흐름이 성심당만의 특이한 사건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은 더 큰 변화의 일부입니다. 디지털 커머스의 상징 같은 컬리도 이제 사람들을 “현장”으로 부릅니다.

컬리푸드페스타는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고 입장료를 받습니다. 단지 상품을 진열해 파는 장터가 아니라, 브랜드와 사람이 만나고 맛보고 체험하고 사진을 남기는 축제 형태로 설계됩니다.
뷰티페스타 역시 DDP에서 열렸고, 4일 동안 1만6000명이 방문했다는 수치와 함께, 참여 파트너사 거래액이 전년 대비 평균 9배 성장했다는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내일 새벽에 도착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왜 굳이 현장으로 가서 걷고 줄을 서고 시간을 쓰는 걸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화면 밖에서만 발생하는 감각과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북적거림, 그 소음, 그 냄새, 그 순간의 밀도. 그것은 AI가 ‘생성’해줄 수는 있어도, 동일하게 ‘대체’해주기는 어렵습니다.


AI 시대,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기서 갑자기 AI 이야기를 꺼내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AI 이야기로 넘어가기 가장 자연스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딸기시루와 페스타가 보여준 것은 결국 하나였거든요.

사람들은 ‘결과물’만 사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경험’과 ‘확신’과 ‘이야기’까지 합쳐서 삽니다.

AI 시대의 기업도 똑같습니다. “AI를 도입하겠다”는 말은 너무 큽니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AI로 뭘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돈이 흐르는 방식이 어디서 바뀔 수 있는지를 정확히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건 보통 세 갈래로 갈립니다.

  1. 돈이 새는 곳의 단가를 낮추는 길,

  2. 돈이 들어오는 곳의 전환을 높이는 길,

  3. 그리고 문제가 터질 때 회사가 무너지는 리스크를 줄이는 길.

이 셋은 추상적이고 멋진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들이 돈으로 증명한 방식입니다.


사례 1: Klarna — “고객센터”의 비용 구조가 바뀌는 순간

핀테크 기업 Klarna는 AI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고객서비스 채팅의 2/3를 처리했고, 700명 규모 풀타임 상담원의 업무량에 해당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의 해결 시간은 11분에서 2분 미만으로 줄었고, 반복 문의도 25% 감소했다고 했죠.

이게 중요한 이유는, “챗봇을 만들었다”가 아니라 회사 구조의 병목을 AI가 먹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고객이 늘어날수록 상담 인력을 늘리는 회사가 있고, 같은 고객 증가를 AI로 흡수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둘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례 2: Duolingo — AI는 ‘기능’이 아니라 ‘가격표’를 바꾼다

Duolingo는 GPT-4 기반 기능을 묶어 ‘Duolingo Max’라는 상위 구독을 만들었습니다.
출시 보도에서 월 $29.99 또는 연 $167.99로 소개되었고요.

여기서 핵심은 “AI를 붙였다”가 아니라, AI가 새로운 결제 이유가 됐다는 점입니다. 고객은 원래도 언어를 배우고 있었지만, AI가 들어오면서 “내가 왜 틀렸는지”를 더 빠르게 이해하고, 학습의 막힘이 줄어들고, 결과까지의 시간이 단축됩니다. 그 순간 사용자는 단순히 앱을 쓰는 게 아니라, ‘내 성장을 가속하는 도구’를 산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 비싼 요금제가 성립합니다.


사례 3: Intercom — ‘구독’이 아니라 ‘성과’로 돈을 받기 시작했다

Intercom의 Fin AI Agent는 해결(Resolution) 1건당 $0.99처럼 성과 기반 과금 모델을 내세웁니다.

이 모델이 강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성과가 없으면 비용도 없다”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죠. ‘AI 도입이 불안한 비용’이 아니라 ‘성과가 나는 투자’로 인식되는 순간, 도입 장벽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리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성과가 늘어날수록 확장 가능성이 커지니, 양쪽 모두에게 공격적인 성장 구조가 생깁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우리 회사는?

딸기시루 열풍이 알려준 핵심은, 사람들은 결과물만 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상품 하나를 사는 게 아니라, 그 상품이 만들어주는 ‘확신’을 삽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대개 “시간을 줄여주고, 선택을 돕고, 실수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체감됩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AI 전략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순서는 명확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 조직 안에 ‘줄 서는 구간’이 어디인지 찾아야 합니다. 고객 문의가 쌓여 병목이 되는 곳인지, 문서가 돌고 돌아 결정이 늦어지는 곳인지, 승인과 검수에서 일이 묶이는 곳인지. 그 줄을 줄이는 순간, 회사는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합니다. 그게 생존입니다.

다음으로,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다시 봐야 합니다. AI가 들어가면 고객이 “아, 이 회사는 내 시간을 아껴준다”라고 느끼는 지점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 지점을 찾아내면, 매출은 기능이 아니라 경험으로 올라갑니다. Duolingo가 요금제를 바꿔버렸듯, 우리도 ‘가격표를 바꿀 이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는 반드시 사고를 냅니다. 환각, 실수, 누락. 그래서 “AI가 해준다”가 아니라 “AI가 해주되, 사람이 최종 책임을 가진다”는 구조를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우리를 망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를 확장시키는 기술이 됩니다.


마무리: 미래의 비즈니스는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간을 줄여주는가’다

성심당 딸기시루는 케이크가 아니라 ‘획득의 시간’을 팔았습니다.
컬리 페스타는 쇼핑이 아니라 ‘취향의 현장’을 티켓으로 팔았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의 기업은, 결국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다시 설계해줄 것인가로 살아남을 겁니다.

기술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자동화할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강하게
“진짜로 편해진 느낌”, “진짜로 이해된 느낌”, “진짜로 빨라진 느낌”
을 찾을 겁니다.

AI는 그 감각을 만들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로 어떤 줄을 없애고, 어떤 확신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입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우리 회사에서, 사람들이 매일 줄 서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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